[삶]부끄러운 손, 미안한 손

일상 | 2008/12/10 09:22 | At Damascus
어제 잠실 모 운동장 앞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. 한 누추한 걸인이 내 옆 사람에게 구걸을 합니다. 내 옆 사람은 내 쪽으로 몸을 틀어 피했고 나도 다가오는 그 걸인을 피했습니다. 힘든 눈을 하고 나에게 벌리는 손을 난 눈을 돌려 피해 버렸습니다. 그 뒤로 그 걸인을 만나는 모든 사람들은 그를 피했습니다. 나는 미안한 마음에 지갑에서 천원짜리 한 장을 빼서 내 주머니에 넣습니다. 다시 다가오면 그의 부끄러운 손 위에 조금이나마 위안을 주고 나의 미안한 마음을 덜어 볼까 했습니다. 하지만 한 번 거절 당한 손은 다시 오지 않습니다. 나를 피해 돌아 어둠 속으로 사라졌습니다. 난 천원짜리 지폐 한 장을 들고 한 참을 그냥 서 있었습니다. 어쩌면 그 사람의 모습이 나의 모습일지도 모르고 우리 형제의 모습 일지도 모르는데 하고 생각하니까 피했던 손이 많이 미안해집니다.

세상은 계속 발전하고 풍요해졌지만 그 속에 항상 비곤은 있군요. 배불러 죽겠다는 말을 연거퍼 하지만 어딘가는 주린 배를 붙들고 이 추위 속에서 선잠을 자는 사람들이 있겠지요.
나의 욕심을 조금만 줄이며 필요를 채우면 나의 이웃을 행복하게 할 수 있다는 사실 새삼 깨달았습니다.
나의 손이 미안한 손이 되지 않기를 마음 속으로 다짐합니다.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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